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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엽편주

우리가 특별한게 맞긴 하는지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라한손으로 칠 수 없는 줄 알던손뼉으로 배웅하길 마음 먹었다​세상 어떤 장마가이처럼 무례할까나눠쓰던 우산이나혼자도 비좁던가​날마다 새벽바람이 차다이대로면 여름이 오기는 하는건지세차게 문을 두들겨우리중 누구도 잠에 들 수 없다​몇날며칠을 당신 생각에 시달리다마침내 결심한 결론에,저 이기적인 여인이별에도 정중한 거절이가능한 줄 미처 몰랐다​이제부터라도 걱정없이 사랑하자는 말에콧잔등이 얼얼하여뒤돌아 하염없이 긁어주었다이기적인 여인특별한건 너의 사랑이었다

달의 중력과 강수의 상관분석

동공에 달이 담겨있다그제도 어제도 눅눅해서인지달이 낮게도 잠겨있다너의 눈을 아주 잠시만 지켜보려 했는데행성과 위성간의쉴 새 없는 무언가의시간과 우연의 운동으로무겁게도 빨아들여나의 지구기온은 높아지고파도는 떠오른다​달의 중력강수를 뒤흔드는 것에틀림없다너의 보름눈물구름 모아억척스럽게 쏟아낸다 사랑한다는 말말하지 않아도아는것이 맞다너의 달무리옹졸한 지구별 옆끝내 눈물점으로써 남았다​​​

초행

허름한 소나무에 세 들어 삼대를 품어내는 까치가나의 처지를 나타내듯 하였다​좁은 침대 위에서 독립영화를 보며이야 각본 참 잘썼다 하고불평없이 껴안았더랬지​온갖 낯 간지러운 별명 중 유독 간지러운 별명예쁜사람, 옆동네 연못이 한겨울에는 참 지저분했는데늦봄에 연꽃이 하도 예쁘게 떠 있길래 당신 생각이 났어요.실은 그 꽃이 조화인줄로만 알았는데꿀벌들이 삼삼오오 퍼질러 앉아 있더라구요.​이 꽃은흙밭에서 피는 꽃인듯 하다그 꽃말너 말고는 퍽 어울릴 사람 없기도 하다사랑한다는 말 듣기 참 어려워속이 상하던 그저께와 달리오늘 들어보니속도 없이 좋다​

남녀상열지사

꿈에서도 잊지않고 꼬박 나타나더니 그저께는책을 내고 싶어 아들의 시를 훔쳐쓰는가난한 양반 아비를 둔 내게너는 노비 신분으로 묻는다​정 보다 들이 날카로운 것을 알고 계십니까​날 숙면케 하지않는 망상에서 조차들꽃처럼 발 디딛는 틈에서 틈마다만연하지만잔인하게 밟히고양반에서 백정조차날카로워 기피하는 우리는그래 우리 꿈에서마저 사무치는 편지를 하게 하는구나​다만 연인과의 인연을 질기게 유지해준 나의 손아귀는잠투정 한번에 물 한모금 시켜주곤 다시 꿈꾸게 했다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음으로 내몰았던 마음이다음 생에 또 다음생에도 아쉬워골백번 넘게 눈물나게 만드는 구나어쩐지 첫눈에 너를 사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그 마음 담아 당장 이렇게 물음하고싶다​아버지의 시집이 그토록 슬픈지 알았느냐들꽃이왜 아름다운줄 아느냐​

종착의 별

​이별이 아픈이유는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같은 아픔을 가진 유일한 당신께말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당신 슬픔이야 두손 공손히 받겠으나사시사철 눈물겨운 사랑에 그만 ​쓰리는 가슴에 너를 한아름 품으면혈류는 어지러이 공중제비를 넘고너는 왜행성처럼 아주 오랫동안이나내 주위를 헛돈다 ​숨만 쉬어도 맡아지는 거리에서온 세포를 중단시키는 일을너는 도저히 모르지 ​오늘은 신호등 맞은편에 당신을 두고울며 떠나신 후에야 영겁을 횡단했다

마음보존의 질량

일조톤의 바다가 소멸하면내내 일조톤의 빗물이 내린다 ​누가알까앞에서는 눈물을 삼키고울음을 미룬다는 것을 ​잘 지내?라는 말을어쩜 네가 할 수 있는지 ​어느날 메마른 심장이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는 밤이면고작 네 품에서 빠져죽고 싶어 ​머리보다, 또 마음보다제멋대로인 손발인걸 알면서도영영 그 섬으로 헤엄하고 싶어 ​응 잘 지내, 라는 대답은대답으로 들렸을까이별으로 들렸을까 ​아무도 오지 않는 수평선 틈에서식어가는 태양을 퐁당 쏘아올린다 ​잘 지내! ​보고싶은 날은 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나는 같은 사람을 몇번이고 좋아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