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5

암순응

(초략)* 운석은 신발을 고쳐신고아픈 고드름은 물소리를 내어 울면온 세상 겨울이 온난하게 흐느낀다 우주가 야행성처럼 밤새 운다 *헤어진 어느날 집앞에 운석이 떨어진 날이 있다집안은 쑥대밭으로 화장실과 안팎이 반전되고입김으로 뒤덮인 이불 안에서 흐느끼는 나는멎은 심장으로 초인종 도어락을 열어준 날이었다 유감이다하루아침의 창백한 봄은 동사했다이별은 숨이 멸종하는 기분이었다 미안하다이런 삶은 유통해선 안되었다아픈 마음들이 상해버렸다 네가 다시 떠나면나는 우리를 남기고남은 나를 폐기할 것이다별나라에서 충돌한 은유는심장이 뛰는 유해 앞에서고백이 돼버린다

나에게 꽃

꽃이 무언의 생물이라 다행이다 ​토마토 씨 하나 민들레 씨앗 하나​세아리며 눈물 젖은 작물을 씹고​모란 송이 마다 애틋할 뻔 했다​휘청이는 단풍비에 눈 감을래도​소중한 꽃투성이 밟힐새라​누군가 발명한 날개가 상을 받았겠다​겨울​그 계절이 지독 하였겠다​집집 마다 좋아하던 꽃 생각에​밥상머리가 식어가고​사월까지는 많이들 추워 했겠다​그러다 간혹​어쩌지 못할 일로 문을 열었을 때​새싹과 마주하는 날이면​싱싱한 초록 앞에서 기뻐 하면서도​그리움에 눈물을 흘리겠지​찬란의 심정지를 겪겠지​꽃이 무언의 존재라 다행이다​이별은 돌고 도는데​삶은 돌이킬 수 없어​이 계절이 지나기 이전에​소명한 꽃들은 어서 내 사랑을 받아라

장발장의 사랑

너의 웃음 참 시리다초여름에도 눈꼴 서늘하게 시리다​안고있는데도 서러워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끝없이 주고 받는다좋아해 좋아해 사랑해..​네가 무슨 사랑을 아느냐는 말굶주림 한번에 십수년 세월을 잃어버린 원통함이다갈비를 꺼내어 대변할 수 있다면필히 그렇게 할 테다아픈 심장을 견디느라 금이가고사랑에 허덕인 과호흡을 이겨내 날카로운 갈비를 내보일 수 있다면​힘을 받고싶어 오른 산도계절을 피우느라 지치는지메아리가 돌지 않는다하는수 없이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읊었다 갈빗속 깊이 회오리 치도록사랑해 좋아해 사랑해....

입추절의 색약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외롭다면그것은 사랑이 아닌 짝사랑이라던옆자리 취객의 실언에자리를 박차고 산성 계단길을 무작정 올랐다​그날따라 하필 날씨가 쌀쌀했는지피부가 얼음장처럼 꽉 막혀땀이 자꾸자꾸 눈에서만 흘렀다​산을 오르고 있음에도산소가 부족 한듯하여계속해서 가슴을 두들겼다​장사치도 아닌데 갑 을 정해놓고도장찍듯 사랑할 수 있겠는가기계처럼 사랑을 찍어내거나명함처럼 사랑을 내보여줄 수라도 있다면​그렇지만 더 사랑한다고 해서짝사랑 딱지를 받아버린것은나의 열렬한 사모에 대한세상의 모독이었다​마음이 각박하여 트여 있는 정상으로 단숨에 올라야했다청주에 뿌리내린 온 동네 나무를 다 외울 기세로 오르자​심장이 눈시울로 올라 찼는지해질녘 산은 온통 붉게만 보였을 뿐이다​난 이제 돌아갈 수 없구나당신을 아껴주기 전으로​이제..

몽중화

매섭게 파도치는 세월은 막아도친절하게 문을 두들기며 찾아오는 꽃내음에나는 미처 대처할 수 없었다​나의 고난은 그 즈음 단명했다당신이 피워낸 파도막이에 부딪혀 잊혀졌다혹여 침범하여 마음을 두들겼대도나의 사랑이 조금 더 숭고하게 아픈 일이었다​너와의 미래를 바라보지 않은 적 없다심장으로 꾸는 꿈이었다

해상인간

뱃사람가장 많은 일몰을 받아먹은 사람​그가섬배등대는어째서 혼자냐고 한다​그 중 저가 섬이라면 쉼표 없이고백을 쏟을텐데라고​끝여름에 서려있는 사랑해 를폐 속 잔류한 호흡 한줌까지그에게 맡긴 채바다를 지탱하는 가장낮은 육지로 잠길텐데라고 한다​아느냐고그것을 아느냐고수몰된 마음은 구태여 진자리를 남기는 것을아느냐고라고 한다​사공은 우뚝 서 있는데어선만 허우적 댄다나는 속으로 미역을 뭉치로 엮어다시 속으로그에게 꽃다발처럼 내밀고는또 속으로이실직고 한다​수평선이 무너져 내릴 때요등대를 안아만 주고 싶어요​뱃사람뒤집어진 꿈을 꾸고 육지가 뒤바뀐 해상인간​새우만 사는 줄 아는 바다에귀뚜라미가 밤새 우는 것을난 몰랐다​

가장 반대편

일출의 순간은 언제나 일몰 같아모세의 순간은 종말 같고결별의 순간은 태초 같아⠀가슴의 혼란은삶의 반지름이고약간의 고장은글짓기가 되거든⠀꽃 필 무렵은너를 주워담는 시간⠀봄에는 마른 아가미에그득한 숨결을 담고가장 반대편의 너로숨 쉬는 것⠀나의 안정은 붕괴되었어 그러므로⠀애정이 물처럼 팽창한다면⠀호의와 같은 손상이이리로 온다면⠀미소가 망각이었던 시간들⠀혼자는 행복도 사건이다​

슈퍼부재중

슈퍼블루문 이라더니노란색 달이었다달은 호떡 만큼 달아보였다실제 크기는 무지막지 하다는데그만큼 중력도 크다는데외로워 보였다 ​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이따만한 거리를 넘어서받아준다면온 우주가 낮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달에게는 부재중이 없다고 믿고싶다그저 멀어서올곧게 가는 시간이 걸릴 뿐이라 믿고싶다 ​커다랗고 밝은 마음이내 목소리를 담아 가고있다고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