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시집 ≪장발장의 사랑≫/3장 - 6년 전

입추절의 색약

김가 단추 2025. 10. 14. 20:48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외롭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짝사랑이라던

옆자리 취객의 실언에

자리를 박차고 산성 계단길을 무작정 올랐다

그날따라 하필 날씨가 쌀쌀했는지

피부가 얼음장처럼 꽉 막혀

땀이 자꾸자꾸 눈에서만 흘렀다

산을 오르고 있음에도

산소가 부족 한듯하여

계속해서 가슴을 두들겼다

장사치도 아닌데 갑 을 정해놓고

도장찍듯 사랑할 수 있겠는가

기계처럼 사랑을 찍어내거나

명함처럼 사랑을 내보여줄 수라도 있다면

그렇지만 더 사랑한다고 해서

짝사랑 딱지를 받아버린것은

나의 열렬한 사모에 대한

세상의 모독이었다

마음이 각박하여 트여 있는 정상으로 단숨에 올라야했다

청주에 뿌리내린 온 동네 나무를 다 외울 기세로 오르자

심장이 눈시울로 올라 찼는지

해질녘 산은 온통 붉게만 보였을 뿐이다

난 이제 돌아갈 수 없구나

당신을 아껴주기 전으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사랑시를 쓸 수 없던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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