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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만난 사이

사랑해가 간지러워싫 어 해 를 건네자그 날로 눈가가 가물기 시작했다 ​눈이 마르니까눈물이 난다 ​고장의 버튼은 ON일까 OFF일까​굽굽한 이불이 마음에 드는 날은네가 오간 날 뿐이라늦은 이부자리를오래도록 킁킁댔다 ​입에서 옹알거리는 단어들이단호하다 너무나 단호해서허옇게 생체기꽃이 피었다점점점 커지는 만큼굳건해지는 마음 나는 참 대단해 ​하품만으로 눈물 콧물 다 쏟는 너는평소 슬플 일이 없는 사람 같았는데싫어해를 들은 너는 하품연료가 고갈되기까지 운다 ​낮잠에서 깨고나면꼭 등을 긁어 달랬는데살살 긁으면 더 세게세게 긁으면 좀 더 아래에아래를 긁다보면 비로서할퀴어야 끝나는 간지럼이너를 울리는 허물이 되고이것이 피딱지인걸 너만 몰라 ​눈을 감았는데기도는 못했다절에서 만난 사이라 ​토실토실 건강하기만 해라경처럼..

흑색바다

콕 찝어 그 날이 파노라마로 마구잡이 쏟아질 때가 있다. 맥락없이 휩쓸려야 나는 살고 ​이 시대의 흑백처럼 모든 의미가 너의 색으로 씻겨 흐른다. 나의 색이 희고 옅은 것 처럼 ​죽음보다 두려운 당신. 먹고싶은 배추마다 꽃이 핀 것 같아. 아예 없는 돈 보다 약간 모자른 수중의 지폐가 나를 가난하게 만드는 듯, ​퇴적은 내게로 온다. 고립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거나 적막에도 안식하게 만드는 성장이며 돛 없이도 배는 뜨기 마련인 것을 ​우리는 엉망으로 죽을 운명 이니까. 내일 또 부숴질 파도를 미뤄두고 뜨겁게 토막나는 해변에서 오늘도엎치락 뒷치락 ​물에 잠길 수 없는 물이 되어당신 눈가에서 아른거리고 싶어흐르지 않고영영 고여있고 싶어 ​가는가보다 하면 어느새이 속에 꿀렁꿀렁 하니까

철석

나는 목포항에서 소리내어 죽습니다누구를 만난 이후로고독하여 죽습니다 ​물살 틈에 끼어 죽고이끼 곁에 초록하게상처 입어 ​팔월 뙤악에도 녹지 않는 응어리가수만 수억의 물살에서 헤엄하는태양을 이겨 못해돌이끼 구석구석 흐릅니다 ​추락하는 태양이바다를 물들이고하늘에 불을 지릅니다 ​육지를 만나무너지는 파도에서태양은 한참을 꾸물대다또 눈가에서 속절없이머뭇하다더는 그을릴 구름이 없어지고나서야차갑게 멸합니다 ​유기선이 불을 뿜으며육지로 쏟아집니다 ​가본 적 없지만일몰은 세렝게티 색 입니다 ​파도가 넘실넘실 끓습니다산산조각으로 뜨겁습니다

이유여하불문

왜 나를 사랑하세요 ? ​대답을 바라는 물음이 있는가 하면 질문을 하기 이미 예적부터 대답을 알고 묻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묻는 질문이 얼마나 고약한가 하면은 나는 이 질문을 머리 가득한 동요에서부터 공중으로 격리시킴으로 너에게 보내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세요 ? 라는 질문을 다시 왜요 라는 균열로부터 벗는 것이다 ​그럼에도 너는 어떠한 답을 줄 것이다 무언과 저돌의 중간쯤 어딘가 말로 뱉은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는 세상 어딘가 나쁨과 어여쁨을 다시 온전히 분리시킨 거짓말같이 새하얀 존재로서 나를 살려내고 잠시 이별해놓는 동안 나를 죽여놓을 것이다 그렇담 나는 무식의 목표로 재회를 떠올리며 더욱이 살고 싶어할 것이고 이 모든 희망적 물음이 현재 내 품에 있는 것이다 ​왜 나를 사랑하세요 ? 적어도 나는 당..

내가 바다를 가졌으면

내가 바다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글자와 글자 사이 파동이흔들리고 흘러나와 언제 얼마든지마셔도 삶의 간이 진득하게 짭쪼롬한물렁물렁의 바다 ​열거한 단어들이 수세기를 걸쳐조화하고 진화하고 세포에 지나잖던 발음이심해처럼 아득하고 지독해져몇몇 사람을 홀려대며 가라앉는그런 문장 ​내리는 비를 첨예하게 받아들여슬픔으로 몸집을 키우고나도 흐르기 위해 하늘로 샘솟아누구의 가뭄에게 심폐소생을 할 수 있다면요 ​갈라진 손톱을 붙이고보이잖는 마음을 치유하고금기의 시간을 설득하고온 세상에 경로를 놓는넘실의 구름 고유의 샘물일 수 있다면요​작심한 언어의 기둥을적시고 이끼를 나눠준파도의 은총으로​내가 바다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