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시집 ≪장발장의 사랑≫/2장 - 1년 전

내가 바다를 가졌으면

김가 단추 2025. 10. 10. 14:16

내가 바다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자와 글자 사이 파동이

흔들리고 흘러나와 언제 얼마든지

마셔도 삶의 간이 진득하게 짭쪼롬한

물렁물렁의 바다

열거한 단어들이 수세기를 걸쳐

조화하고 진화하고 세포에 지나잖던 발음이

심해처럼 아득하고 지독해져

몇몇 사람을 홀려대며 가라앉는

그런 문장

내리는 비를 첨예하게 받아들여

슬픔으로 몸집을 키우고

나도 흐르기 위해 하늘로 샘솟아

누구의 가뭄에게 심폐소생을 할 수 있다면요

갈라진 손톱을 붙이고

보이잖는 마음을 치유하고

금기의 시간을 설득하고

온 세상에 경로를 놓는

넘실의 구름 고유의 샘물일 수 있다면요

작심한 언어의 기둥을

적시고 이끼를 나눠준

파도의 은총으로

내가 바다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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