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으므로 내 모든 것이 재만 남았더라도
사랑하지 않아 나무토막 그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말이야 얼마나 그럴듯한가. 장작이야 원래 때라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손만 쬐고 훌쩍 일어서는 데야.
마음까지 데우지 못했던 내 화력을 탓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해보았지만
그것은 또한 못내 억울한 일이었다.
언제까지 너는 눈부시고 나는 눈물겨워야 하는가.
대체 어디까지 끌고 가야하는지, 나는 버린다고 했지만
결코 버려지지 않는 내 삶의 숨결 같은 것이여.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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