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시인의 시

이정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김가 단추 2023. 10. 15. 22:10

사랑했으므로 내 모든 것이 재만 남았더라도
사랑하지 않아 나무토막 그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말이야 얼마나 그럴듯한가. 장작이야 원래 때라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손만 쬐고 훌쩍 일어서는 데야. 
마음까지 데우지 못했던 내 화력을 탓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해보았지만
그것은 또한 못내 억울한 일이었다.
언제까지 너는 눈부시고 나는 눈물겨워야 하는가. 
대체 어디까지 끌고 가야하는지, 나는 버린다고 했지만
결코 버려지지 않는 내 삶의 숨결 같은 것이여.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머리말